해안 사구에 만들어진 정통 골프장인 링크스를 지향한 …
태안 현대더링스는 링크스 스타일 코스
마운틴코스가 주류인 한국 골프계가 최근 들어 새롭게 찾아낸 골프장 부지가 있다.
다름아닌 매립지, 간척지, 염전, 폐기물 처리장 등으로 기존 산악지역과는 달리 비교적 평지를 이루고 있는 땅들이다.
이들 골프장들은 주로 산악지역 골프장들만 경험했던 한국 골퍼들에게는 또 다른 형태의 골프코스를 접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렇다면 이런 땅에는 어떤 형태의 골프코스가 가능할까?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지역에 골프장을 조성하려는 대부분의 사업주들은 링크스로 조성해달라고 요구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금까지 국내에 조성된 (링크스라고 주장하는) 코스들은 진정한 의미에서 링크스와는 거리가 먼 정체불명의 코스들로써 이는 링크스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판단된다.
단순히 어느 링크스의 일부 모양이나 벙커등을 카피한다고 해서 링크스가 되는 것이 아닐 뿐만 아니라 링크스에서처럼 플레이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기에 링크스 또는 링크스 스타일의 코스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600년 이상 골프가 진화해온 영국의 링크스에 대한 보다 정확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골프코스 디자이너 톰 독(Tom Doak)은 그의 저서 `Anyatomy of Golf Architecture'(*알기쉬운 골프코스 디자인/대한골프학회 번역 출간)에서 “영국의 링크스가 중요한 이유는 바로 이 링크스에서 골프경기가 발생했다는 것과 오랜시간 엄청나게 변화한 골프역사속에서도 지금까지 링크스 코스가 꿋꿋이 그 특징을 유지해 왔다”고 말했다.
링크스(Links)란 무엇인가
링크스는 해안 사구지대(Linksland)에 자연 발생적으로 만들어진, 혹은 인위적으로 조성된 골프코스를 일컫는 말이다.
초창기 링크스는 골프라는 운동을 위해 만들어지지는 않았다. 이는 적어도 인간의 손에 의해 만들어지지는 않았다는 얘기다.
조류와 바닷바람과 같은 자연의 힘이 끝없는 물결모양의 자국을 모래위에 만들었고 동물들이 옮겨온 잔디씨로 인해 잔디밭이 조성되었고, 동물들이 파헤쳐놓은 자국들이 벙커로 바뀌게 된 것이다.
골프의 규칙 및 장비들은 링크스에서 부딪치게 되는 도전들을 헤쳐 나가기 위해 고안된 것이도 하다.
링크스(Links)의 토양 및 위치
링크스는 바닷가 Beach와 도시 사이에 있는 링크스랜드Linksland 즉, 모래땅이기에 별도의 시설을 하지 않아도 배수가 잘되는 토양이다.
이는 농사에는 부적합한 땅으로 해석될 수 있다. 왜냐하면 토양이 물을 머금고 있어야 작물이나 나무의 뿌리가 내려 자랄 수 있는데, 모래땅으로 인해 뿌리가 내리기도 어렵고 물이 없어 큰 교목이 생육하기에는 어려운 환경이기 때문에 불모지로 버려졌던 땅이 골프장으로 쓰이게 된 것이다.
이러한 생육환경 탓에 생명력이 강한 낮은 관목이나 야생화, 야생잔디 등이 주로 링크스의 주요 식생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링크스Links와 듄스Duns
링크스Links의 주요 경관요소는 듄스Duns라는 모래 사구다. 산악코스와는 달리 사구의 높이가 웬만한 산보다 더 높은 곳(주로 아일랜드)이 있으며, 이로 인해 링크스에는 블라인드 홀을 자주 접하게 되는 이유다. 따라서 이를 이용해 코스의 이름을 듄스라고 부치기도 한다.
링크스 코스의 특징
영국내 코스를 방문한 미국 골퍼들이 발견할 수 있는 또 다른 매력은 엄청나게 혹독한 자연환경속에서도 골프가 한없이 즐거운 운동이라는 사실인데, 이는 링크스밑 모래토양이 매우 딱딱하고 빠른 플레이를 가능케 하며, 이로 인해 랜딩과 함께 발생하는 공의 바운스를 콘트롤 할 수 없는 등의 묘미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따라서 링크스에서는 그린으로 어프로치하는 지형이 그 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또한 링크스의 잔디관리는 잔디 자체로도 불규칙하기 때문에 챔피언쉽의 기준을 맞추기 위한 관리라기 보다는 골프라는 운동이 가능한 상태로 유지하는데 가치를 두게 된다.
링크스는 방향을 예상할 수 없는 바닷바람에 그대로 노출되기 때문에 플레이의 난이도가 더 높아지게 된다.
링크스들이 바닷가에 위치하기 때문에 바람의 방향은 바다로부터 오거나 바다쪽으로 부는 바람, 홀방향으로 부는 바람 그리고 홀 반대쪽에서 부는 바람등, 한 라운드동안에도 예측할 수 없는 다양한 바람들과 싸워야 한다.
그래서 바람이 불지 않는 날에는 코스가 쉽게 보여질 수 도 있다.
세계적인 클래식 코스 전문설계가인 톰 독은 “바다쪽으로 부는 거칠고 사나운 횡바람에 골퍼들의 흔들리는 샷을 배려하기 위해 일부러 넓은 페워웨이와 비교적 커다란 그린을 조성하고 있다”며 “링크스는 비숙련 플레이어에겐 너그럽지만 자연에 도전하려는 노련한 플레이어에게는 여러 가지의 변수를 고려해야만 극복할 수 있는 난이도를 제공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말한다.
링크스 스타일 코스 Links Style
혹독한 자연속에서 경험했던 골프의 묘미로 인해 서구의 많은 골프장들이 링크스의 개념을 도입한 코스들로 조성되고 있다.
해안 사구지대에 조성된 코스는 아니지만 링크스처럼 벙커링을 조성하고 물결모양의 페어웨이, 그리고 관목과 훼스큐, 마람 그래스와 같은 해안가의 식생을 도입한 조경이 특징인 링크스 스타일(Links Style, Linkish)의 코스가 높이 평가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달 정식 개장하는 충남 태안의 현대 더링스(1번·2번 코스)는 서해바다를 매립한 서산간척지에 조성된 링크스 스타일의 코스로 필자가 직접 설계에 참여한 곳이다.
오랫동안 논농사를 지어왔지만 아직도 염분이 올라오는 토양이어서 큰 교목이 자랄 수 없는 환경이며 과도한 토공량 발생을 지양한 경제적 코스조성을 목적으로 하였기 때문에 링크스로 컨셉을 잡았다.
최대한 링크스의 특징을 구현하려고 노력했지만 골프코스란 종합예술인 뮤지컬 처럼 감독 한사람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님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그래서 아쉬움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