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걷고 싶은 골프장 만들기
2008년 대한골프학회는 골프의 대중화를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대중 골프장 활성화 방안에 대한 세미나를 개최하였다. 여러 가지의 논의가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화두가 되었던 부분이 골프를 치는 데 소요되는 비용이었다. 비싼 그린피, 캐디피 그리고 카트비까지 골퍼들의 자율의지와는 관계없이 강요되는 비용들이 많아 우리나라의 골프는 진정한 운동으로써 즐길 수 없는 구조를 갖고 있다.
난지도 골프장의 추억을 더듬어 보자. 쓰레기 매립장 부지에 조성된 골프장, 새벽부터 줄을 서서 기다리던 골퍼들, 지위와 빈부에 관계없이 누구나 자기 순서를 기다려야 했고, 누구나 골프장까지 자기 클럽을 끌고 올라가야 했다. 바람에 흩날리는 억새 사이로 각자의 트롤리를 끌고 홀과 홀 사이를 걸으면서 친구들과의 정겨운 대화를 할 수 있었다. 캐디의 도움 없이도 앞 팀의 플레이를 기다릴 수 있었고, 뒤 팀을 배려해서 빠르게 홀을 비워주는 매너도 자율적으로 할 수 있었다. 난지도 골프장에선 합리적인 가격으로 운동도 즐기면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진정한 골프문화를 만끽할 수 있었다.
몇몇 퍼블릭 골프장은 노캐디, 노카트 제도를 시행하면서 저렴한 그린피와 걷는 플레이를 장려하고 있다. 프라이빗 골프장에 못지 않는 관리와 코스에 골퍼들간에 입소문이 퍼져가고 있다.
골퍼들의 수준이 낮기 때문에 원활한 플레이를 위해선 카트와 캐디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난지도 골프장에서 경험했던 것처럼 우리의 골퍼들의 수준도 한층 높아진 게 사실이다. 이제는 골퍼들에게도 골프장에서 걸을 수 있는 권리를 주어야 한다. 아니 골퍼들이 잃어버렸던 그들의 권리를 주장해야 한다.
한국공항공사는 공기업으로서 그 동안 그린벨트로 묶여 있던 공항주변 땅을 대중골프장 조성 사업에 이용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즈음에 있어 공공성이 퇴색된 스카이72 퍼블릭 골프장 조성사업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 스카이72는 수도권에서의 접근성과 효율적인 부킹 시스템으로 인해 많은 골퍼들이 찾고 있어 수도권에서도 월등한 영업 이익률을 보이고 있는 골프장이다. 스카이72의 여러 가지의 이익에 대한 사회환원 사업에도 불구하고 비싼 그린피는 늘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새롭게 조성될 김포공항 대중골프장은 지금까지의 대중골프장 사업과는 철처하게 차별화 되어야 하며 스카이72의 전철을 다시 밟아서는 안된다. 한국공항공사는 공기업으로서의 본질을 망각한 채 비싼 임대료를 책정해 진정한 대중골프장의 탄생을 막아서는 안 되며,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는 사기업 역시 공기업의 땅을 저렴한 비용으로 임대할 경우, 수익에만 연연해서는 안 된다.
김포 대중골프장은 저렴한 비용으로 걸으면서 플레이 할 수 있는 모습으로 조성되어야 한다. 그동안 사치스포츠로 치부되며 비싼 그린피를 내야했던 서민 골퍼들에게 그들만의 골프를 즐길 수 있는 진정한 골프의 장으로 태어날 미래를 기대해 본다.

“김포공항 인근에 27홀 규모 대중 골프장(퍼블릭 골프장)이 조성된다. 서울시는 제21차 도시계획위원회를 열고 한국공항공사가 시행하는 대중 골프장 규모를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수도권 개발제한구역 관리계획 변경안을 조건부 가결했다고 10일 밝혔다. 김포공항 대중 골프장은 서울 강서구 오곡동 1과 경기도 부천시 고강동 76-1 일대에 지어지는 것으로 당초 사업지 내에 농경지가 많아 18홀 규모로 계획됐다가 최근 농경지 일부가 잡종지로 바뀌면서 27홀로 규모가 확대됐다. 이 골프장은 2013년 말까지 조성이 진행된다. 지역주민들을 위한 간이체육시설, 산책로 등도 함께 조성된다.” [이명진 기자] "
2010년 12월 10일자 매일경제 신문의 기사내용이다. 난지도 대중골프장이 공원환원이라는 미명하에 없어진 이후 수도권 서민골퍼들에게 아주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서울에 18홀도 아닌 27홀의 대중골프장이 조성된다는 사실만으로도, 2010년 말로 골프장 특소세 면제혜택이 사라지며 점차 플레이 기회를 잃어가던 그들에겐 새로운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뉴스임에는 틀림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