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골프는 노블 스포츠다?".
아주 오래전에 제가 골프를 공부하는 이곳 스코틀랜드에서는 교회마당에서 서민들이 즐길 수 있는 놀이였습니다. 그때는 단순히 막대기 하나로 작은 마당에서 한주동안의 고된 일을 마치고 신께 그들의 고마움을 전하며 동네사람들과 어울려 우리들 어렸을 때 자치기 하듯 돌을 치는 놀이였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곳 스코틀랜드의 해안가(링크스)에 봄,여름,가을 농번기동안 양을 치던 링스크(Links)라는 모래땅을 골프장으로 이용하게 되면서 골프채의 숫자도 늘어나고 골프라는 지금의 스포츠의 모습을 갖추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링크스는 사람의 손으로 인공적으로 조성된 것이 아니라, 자연에 의해 만들어진 모래언덕과, 자연적으로 서식하게 된 잔디에 의해 생겨난 것입니다. 이 땅은 누구의 소유도 아닌 지방 정부의 재산으로 어느 시민이나 즐겁게 산책을 하고, 뛰고 싶으면 운동도 하고 그럴 수 있는 시민의 공원이었습니다. 어디에도 골프장이라고 해서 휀스를 친다거나 골프이용객을 위한 특별한 배려를 하지 않았습니다.
이렇듯 링스크는 농번기동안에는 시민들의 경제적 활동에 사용되었고, 겨울동안 골프나, 크리켓, 승마장, 또는 어부들이 어망을 말리는 곳으로도, 전쟁때는 군대의 기지로도 사용되어왔던 곳입니다.
스코틀랜드는 골프의 본고장, 즉 이들은 "Home of Golf"라고 합니다. 즉 골프장은 특정 계층이 이용하는 시설이 아닌 지역 사회를 위한 공공공간이며, 지역사회에 제공되는 오픈 스페이스이기때문에, 골프를 치는 사람들만이 아닌 지역사회주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원으로 생각합니다.
지금도 이곳의 골프장은 골프를 치는 사람과 주변 시민들이 같이 이용하는 공원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는 골프장에 개를 데리고, 애들을 데리고 산책을 나온 아빠, 엄마, 노부부가 드넓은 골프장을 배경으로 산책을 하는 모습에 많이 당황했습니다. 그러나 골프를 치는 사람도 골프를 치지 않는 사람도 서로에 대한 적대감 없이 이 자연공간을 같이 공유하고 즐기고 있습니다. 골퍼들은 산책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그들이 안전한 곳으로 이동할 때까지 잠시 숨을 고르며 다음 샷을 기다립니다. 산책하는 시민들 역시 골퍼가 샷을 하려고 하면 그들을 기다려 줍니다.
그러기에 이곳에서는 골프장이 있다고, 생긴다고 반대하지 않습니다. 아니 골프장 주변에에 집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습니다. 특히 시에서 운영하는 골프장은 더욱더 많은 경계부분이 시민들의 집에서 골프장을 전망할 수 있게 조성되어 있습니다. 즉 커뮤니티 골프장의 모습입니다.
골프장은 숨막히는 대도시에서 느낄 수 없는 개방감을 제공할 수 있는 곳입니다. 뉴욕의 샌트럴 파크처럼...
지금도 5년마다 The Open이 열리고 있는 St Andrews에서는 매주 일요일이면 이 올드코스를 공원으로 시민의 품으로 돌려줍니다. 비록 주중에는 한 라운드에 180파운드(한화36만원)가 넘는 비용을 골퍼들은 지불해야 하지만, 일요일만은 골프가 금지되기에 모든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무료로 이 영광된 코스를 산책할 수 있게 됩니다.
저 역시 서울시민에게 한 평이라도 많은 공원을 돌려주는 일에 많은 세월을 종사해왔고, 실이용공원면적이 적은 서울시에 새롭게 조성되어야 할 공원에 모습에 많은 고민을 해왔습니다. 그런데 골퍼의 본고장에서 골프장이 시민의 공원역할을 하면서 골퍼와 지역 주민들이 미소를 나누는 모습을 보면서 난지도골프장에 대한 조화된 미래상을 보는 듯 했습니다.